'껍질'과 '껍데기'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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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AAmom (68.♡.218.68)
댓글 0건 조회 1,556회 작성일 12-08-2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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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 웹사이트를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껍질'과 '껍데기'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한 선생님의 답글이 생각나 찾아보고 함께 나누고 싶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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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과 껍데기의 차이
우리말 산책

신정숙/ 작은책 교정교열 위원

‘조개 껍질 엮어 그녀의 목에 걸고…….’
누구나 들어 보았을 이 친숙한 노래에도 옥에 티가 있다. 연한 조갯살을 싸고 있는 딱딱한 물질 곧, 조가비는 ‘껍질’이라 하지 않고 ‘껍데기’라고 한다. 껍질이나 껍데기는 비슷한 말 아니냐고? 물론 비슷한 말이긴 한데, 그 쓰임이 다르다.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질긴 켜를 가리키는 말이다. ‘귤 껍질 같은 피부, 양파 껍질을 벗기다 눈물을 흘렸다, 사과는 껍질에 영양분이 많다’와 같이 쓴다.
‘껍데기’는 달걀이나 조개 같은 것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을 가리킨다. 그래서 ‘달걀 껍데기가 깨졌다, 갯바위에 굴 껍데기가 달라붙어 있다’라고 한다.
이렇게 비슷한 말이지만 쓰임이 다른 말들이 있는데, 몇 가지 낱말들을 더 살펴보자.
‘두껍다’와 ‘두텁다’의 차이는 무엇일까? ‘두껍다’는, 두께가 보통 정도보다 크다는 뜻이고, ‘두텁다’는 신의, 믿음, 관계, 인정 따위가 굳고 깊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두 사람의 우정이 두껍다’라고 하면 안 되고 ‘두 사람의 우정이 두텁다’라 해야 옳은 표현이다. ‘두터운 책, 두터운 옷’이 아니라 ‘두꺼운 책, 두꺼운 이불, 두꺼운 입술’이라 해야 자연스럽고, ‘추워서 옷을 두껍게 입었다’라고 해야 맞다. ‘두텁다’는 ‘도탑다’의 큰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고객층이 두텁다’고 해야 할까 ‘두껍다’고 해야 할까? 이때는 ‘두껍다’가 맞다. 두껍다에는, 층을 이루는 사물의 높이나 집단의 규모가 보통의 정도보다 크다는 뜻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지층이 두껍다, 층과 층 사이가 두껍다’라고 써야 맞다. 또 ‘두껍다’에는, 어둠이나 안개, 그늘 따위가 짙다는 뜻도 있다. 그래서 ‘두꺼운 그늘, 안개가 두껍게 깔렸다, 어둠이 두껍게 깔려 있다. 나무 밑은 그늘도 훨씬 두꺼웠고 강바람도 시원했다’와 같은 표현을 하게 된다. 그런데 북녘에서는 두텁다와 두껍다를 뒤섞어 쓴다고 한다.
‘하염없다’와 ‘한없다’도 견주어 보자. ‘하염없다’는 그 자체가 한 낱말이다. 그래서 사전을 찾을 때 ‘하염’을 찾으면 나오지 않는다. 하염없다는 시름에 싸여 멍하니 이렇다 할 만한 아무 생각이 없다는 뜻과 어떤 행동이나 심리 상태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이 떠난 길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와 같이 쓴다. 그런데 ‘고속도로가 하염없이 뻗어 있다’는 어떤가? 고속도로는 심리가 없는 사물이므로 어색한 표현이다. 이럴 때는 ‘고속도로가 한없이 뻗어 있다’고 해야 자연스럽다.
‘한없다’ 할 때 ‘한’은 ‘限’으로 ‘경계, 끝’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한자말이다. ‘한없다’에 해당하는 순우리말로 ‘그지없다’가 있다. 그지없다도 끝이나 한량이 없다, 이루 다 말할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렇게 비슷한 듯 쓰임이 다른 말들이 많다는 것은, 우리 겨레가 그만큼 말을 섬세하게 가려 썼다는 뜻이다. 말이 섬세하다는 것은 그 정서가 섬세하다는 것을 드러내 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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